1998-07-06일자
U.S. 여자오픈대회
290타 동타, 연장 20홀 끝 승리스코어
블랙울프런,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장소
경기는 이렇게 흘러갔다
스무 살의 신인 박세리는 그해 5월 LPGA 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를 우승한 뒤 7월 블랙울프런에 왔다. 72홀 합계 6오버 290타로 듀크대 재학 중이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 동타를 이뤘고, 승부는 월요일 18홀 연장으로 넘어갔다. 두 선수는 연장에서도 나란히 73타를 쳤다. 이 라운드의 18번 홀에서 장면이 만들어졌다. 박세리의 티샷이 왼쪽 워터해저드 쪽으로 향해 물가 경사면에 걸쳐 멈췄고, 그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벌타를 받는 대신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맨발로 스탠스를 잡은 뒤 공을 쳐냈다. 이때 카메라에 잡힌, 종아리는 검게 그을리고 발은 하얗던 대비가 한국에서 이 장면의 상징이 됐다. 그는 그 홀을 지켜내 동타를 유지했고 승부는 서든데스로 이어졌다. 두 번째 추가 홀, 즉 그날의 92번째 홀에서 박세리가 약 18피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.
왜 지금도 회자되나
외환위기 한복판이던 한국에서 이 연장전은 새벽 생중계로 전국에 방영됐고, 이후 골프를 시작한 세대는 박세리 키즈라 불리게 된다. 박인비와 신지애, 최나연, 고진영으로 이어진 이 세대가 2000년대 이후 LPGA 투어의 판도를 바꿔놓았고, 한국은 미국 다음가는 여자골프 강국이 됐다. 한 번의 우승이 한 나라의 골프 인구 구조를 바꾼, 이 스포츠에서 드문 사례다.